삶/감동의 글

오래된 미래 - 홍신선 -

관음죽_ 2019. 7. 6. 11:52

협소한 사무실 창턱에 올려놓은 소형 화분에서

철 거른 채송화 몇 송이 피었다.

세상에나, 아침 해 들면 여전히

꽃은 송이마다 방석 내다 깔 듯

붉고 둥근 몇 닢 그늘 펴서 깔고 훔쳐낸다

거기 바닥엔 자잘한 새끼 개미나

부스러기 옛 얘기 두어 토막 뒹굴기도 하는데

적막은 서로 무릎 베고 길게 눕기도 호는데

어느덧 마실길 떠돌던 미세먼지도 슬몃슬몃 끼어들어 오고

흙 속엔 누군가 듣다 내버린 언제적 귀 한 짝도 터져 있어

끼리끼리 한 집안처럼 편히 둘러앉거나

마을 대동회처럼 오순도순 모여 떠들곤 한다.

두 손 모은 채 저 따뜻한 소국과민의

압축된 동네 들여다보면서

나도 그만 저 그늘 동네에 주민등록 옮겨가 살까.

이내 그늘 걷고 바늘귀만 한 씨앗 속 이사 갈

두어 송이 꽃 따라 먼먼 미래 들어가 살까.

소형 화분 늦여름 채송화들 치켜 올린 어깨너머

유리창 밖 바라보니 그곳 원산(먼산) 역시

허리께 기웃기웃대던 구름 행객들

엊그제에다 멀찍이 앉혔는지

새삼 볕살 더 느긋한 새참 때다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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