협소한 사무실 창턱에 올려놓은 소형 화분에서
철 거른 채송화 몇 송이 피었다.
세상에나, 아침 해 들면 여전히
꽃은 송이마다 방석 내다 깔 듯
붉고 둥근 몇 닢 그늘 펴서 깔고 훔쳐낸다
거기 바닥엔 자잘한 새끼 개미나
부스러기 옛 얘기 두어 토막 뒹굴기도 하는데
적막은 서로 무릎 베고 길게 눕기도 호는데
어느덧 마실길 떠돌던 미세먼지도 슬몃슬몃 끼어들어 오고
흙 속엔 누군가 듣다 내버린 언제적 귀 한 짝도 터져 있어
끼리끼리 한 집안처럼 편히 둘러앉거나
마을 대동회처럼 오순도순 모여 떠들곤 한다.
두 손 모은 채 저 따뜻한 소국과민의
압축된 동네 들여다보면서
나도 그만 저 그늘 동네에 주민등록 옮겨가 살까.
이내 그늘 걷고 바늘귀만 한 씨앗 속 이사 갈
두어 송이 꽃 따라 먼먼 미래 들어가 살까.
소형 화분 늦여름 채송화들 치켜 올린 어깨너머
유리창 밖 바라보니 그곳 원산(먼산) 역시
허리께 기웃기웃대던 구름 행객들
엊그제에다 멀찍이 앉혔는지
새삼 볕살 더 느긋한 새참 때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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